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어려운 사람 돕기를 좋아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 옛날 “계와 품앗이”가 있었다. 사회에 공헌한 부자로는 경주 최 부자 집안을 꼽을 수 있다. 이 가문은 무려 10대의 300년에 걸쳐 만석꾼의 재산을 유지하면서 수많은 선행과 독립운동의 후원자 역할을 통해 부자로서는 드물게 존경과 칭송을 받는 집안이다.


최 부자 집안은 권력을 멀리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했으며, 어려운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았고, 검소하게 살며 자선을 베풀었다. 그들은 교육 사업에 전 재산을 바치는 것으로 기나긴 부의 세습을 마무리하였다.


최 부자 집안이 칭송받는 것은 부를 많이 축적하고 오랫동안 유지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많은 자선 활동과 사회 공헌으로 지도층의 모범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가문의 모범은 한두 대에 그친 것이 아니라 집안의 전통으로 전해 내려온다는 점에서 더 가치가 있다.


기업가로서는 유한양행을 설립한 유일한 박사의 나눔과 기부의 실천은 오랫동안 사회에 귀감이 된다. 참된 기업가이자 기부 문화의 선구자로 우리의 근대와 현대를 잇는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으로 인생을 살았다. 그에게 기업은 목적이 아니라 나눔을 위한 수단이었다. “기업의 소유주는 사회이다. 다만 그 관리를 개인이 할 뿐이다”라는 그의 어록에서 남다른 기업관을 엿볼 수 있다.


IMF때 금 모으기는 전 세계에 우리 민족의 기부 문화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한국 민족은 어려움을 만난 이웃들을 도우려는 기부 문화의 참모습이 이어져 내려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우리나라 기부 참여율은 55%, 미국은 85%, 홍콩은 90%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기부 문화가 낮은 수준에 있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지만 기부와 나눔이, 일시적으로 끝난다는 데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미국의 경우는 부모가 자녀에게 소득의 10의 1은 기부를 하도록 어릴 때부터 가르친다. 사실 우리나라의 기부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한 것은 어려서 기부에 대한 체계적 교육이 없고 기부를 어색하게 느끼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투명하지 못한 공익재단 운영도 기부를 가로막고 있다. 세제 혜택(소득 공제) 등 제도적 부족으로 인한 개인들의 기부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부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은 복잡한 소득 공제 구조도 기부를 제한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소득 공제 한도 50%가 적용되는 단체 범위가 공공 자선 단체, 민간 운영 재단, 재단의 활동을 하는 단체 등으로 넓어 대부분의 기부가 50%를 적용받는다. 일본 또한 일부 국가 지정 단체를 제외하고 대부분 단일 소득 공제를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법정 기부금(100%), (50%), 우리 사주 조합 기부금(30%), 지정 기부금(20%), 종교 단체(10%) 등 기부금의 유형이 다양하고 개인 및 법인에 따라서도 다르게 구분하고 있다. 기부를 결심하기까지도 쉽지 않지만 소득 공제 혜택에 따라 기부하기도 힘든 구조이다.


사실 나눔과 기부 문화는 한 나라의 문화 수준, 시민 의식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이다. 특히 사회 지도층의 적극적인 기부, 나눔의 실천은 계층 간의 위화감을 완화하고, 사회 통합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지도층의 사회적 책임을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는 단어가 한때 유행어처럼 번졌던 것도 이러한 사회적 요구와 맞닿아 있다.


영국의 자선 구호 단체(Charities Aid Foundation)에서는 매년 전 세계 135개국을 대상으로 세계 기부 지수(World Giving Index)를 발표하고 있다. 세계 기부 지수는 금전적 기부와 더불어 봉사 활동, 낯선 사람을 도운 경험 등 총 3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생각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적 분위기는 남을 도우려는 의지나 봉사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아주 긍정적인 면이 있다.


이제 한국 기업들과 개인들도 점차 기부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큰 금액의 기부와 생활 속에서 작은 기부까지 점차 그 뿌리를 내리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아이스 버킷 첼린지라는 루게릭병 환자들을 돕기 위한 릴레이 기부 캠페인이 펼쳐지면서 한국에서도 기부 문화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사실 돈은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 모두에게 소중하다. 돈이 많다고 해서 미덕을 베푸는 것은 결코 아니다. 돈이 없다고 해서 이웃을 돕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어려운 사람일수록 어려운 사람의 입장을 잘 헤아려 봉사와 나눔을 실천한다.


개인주의가 많은 현대사회지만 독불장군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 아름답다. 기부 문화의 정착을 위한 노력에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이제 우리 모두의 마음을 따스하게 녹여주고 나만을 위한 삶이 아닌 이웃을 돌아볼 줄 아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하겠다.


김학용 교수

현재 Piedmont University. U.S.A. Education/Honorary Professor PU(Th.D./D.C.E) 겸임교수, 한국신문방송총연합합회 고문, 본지 편집국장


김학용 교수(Piedmont University U.S.A 사회심리 Education PU)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4-05-08 21:27:43
기자프로필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