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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가치 평가, 다양한 가치반영과 공정한 평가기준 마련 필요 - 성균관대-연세대 약학대학, 신약평가를 논하는 첫 국제심포지엄 성료
  • 기사등록 2015-10-22 15: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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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와 연세대 약학대학은 지난 16일 오전 ‘신약 가치 평가를 위한 새로운 접근법’이라는 주제의 첫 국제 심포지엄을 공동 개최했다. 이 날 심포지엄에 참여한 국내외 보건경제학, 사회약학 및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환자와 의료진이 느끼는 신약의 유용성 및 혁신성과 사회•경제적 효과를 약의 보험급여 결정 및 약가 정책에 반영시키기 위해, 보다 다양하고 유연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약품의 보건경제학적 연구를 수행하는 영국 ‘보건경제학연구소(Office of Health Economics)’의 낸시 데블린(Nancy Devlin) 연구소장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다양한 국가에서 현재 신약 평가 지표로 사용하는 ‘질 보정 수명(Quality-adjusted life year, 이하 ‘QALY)’의 한계를 진단하며, ‘다기준 의사 결정 분석(Multi-Criteria Decision Analysis, 이하 ‘MCDA)’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MCDA’란 다양한 기준들 간의 상대적인 중요성을 평가할 때, 일관성 있는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접근법으로, 보건의료 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데블린 소장은 “현재 QALY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신약의 가치 평가 과정에서, 간과하기 쉬운 환자의 질병중증도나 의료불평등을 해결하고, 약의 사회•경제적 사항까지 고려하기 위해 ‘다기준 의사 결정 분석’이 필요하며, 이러한 논의가 활발하게 글로벌한 추세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발표를 진행한 성균관대 약대 이의경 교수는 MCDA’ 측면에서, 전문가와 일반인 그룹을 대상으로 약의 가치를 여러 가지 평가 모형을 통해 측정하고 비교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의경 교수는 마무리 발언으로 MCDA의 정책적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주요 질환 별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평가 모형 개발이 필요하다는 대안을 제시했으며 이를 위하여 정부에서도 이런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 지원이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연세대 약대 강혜영 교수는 신약의 경제성을 평가할 때 ‘비교약제’ 선정 기준의 불합리성을 제약산업 종사자 대상으로 조사, 연구하여 8가지 쟁점으로 소개했다. 강혜영 교수는 “구형차인 ‘포니’와 신형고급차인 ‘포르쉐’를 비용만을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어떻게 ‘포르쉐’의 가치가 인정받을 수 있겠냐”며 “10~20년 전에 허가되어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약, 선별등재제도 도입 전의 방식으로 가격이 결정된 약과 지금의 혁신적 신약을 상대평가하는 것이 적절한 가치비교는 아닐 것”이라며, 비교약제 선정 기준의 개선을 강조했다.  

 

제약업계를 대표한 패널들 역시 현재 신약 평가기준의 경직성을 문제 삼았다. 한국 노바티스의 고수경 전무는 유방암 치료제퍼제타와 같이 기존 요법에 혁신적인 신약을 추가해서 생명을 연장시킨 경우, 환자가 더 오래 생존함으로 인해 기존 약제에 비용이 추가될 수 밖에 없고 근본적으로 경제성 평가를 통해 비용효과성을 입증할 수 없게 되지만, 경직된 평가 체계하에서는 이러한 경우에도 반드시 비용효과성만을 입증하도록 하는 구조적 딜레마를 지적했다. 또한 글로벌 제약사인 일라이 릴리의 데이비드 그레인저(David Grainger) 부사장 또한 의료전문가와 환자의 의견이 보건의료기술평가에 더 많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진을 대표하여 패널로 참여한 고려대학교 종양내과의 김열홍 교수는 “신약의 치료효과가 얼마나 의미 있는 지, 어떤 약을 신약 평가의 비교대상으로 선정될 수 있는 지는 일선에 있는 의료진들이 제일 잘 알지만, 정책 결정에 있어 의료진에게 의견을 묻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약의 혁신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기존 제도가 앞으로 점점 더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고 진단해 참석자들의 큰 공감을 받았다.

 

정부 측 패널로 심포지엄에 참여한 보건복지부의 이선영 보험약제과 과장은 “약의 가치를 평가하고 지표화하는 계량화 과정에서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조화로운 의사결정을 위한 관건인 것 같다”며, “정부도 신약의 합리적인 가치 반영을 위해 이런 의미 있는 연구와 논의에 대한 관심을 가질 것”이라 밝혔다.

 

한편, 이 날 행사장에는 의료계 및 약학계 전문가와 제약업계에서 약 200여 명 남짓한 인원이 참석하여 약의 평가제도 개선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심포지엄의 좌장을 맡은 한양대 경제학부 사공진 교수는 “의약품 평가 시 경제성 평가가 너무 우선되어 있다는 현실에 공감한다”며, “오늘 토론이 의약품 연구개발 환경의 발전에 기여하며 의약품의 다양한 가치 평가를 위한 발판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정리했다.   


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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