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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닐로티닙은 파킨슨병 치료 뿐만아니라 일반적인 치매나 루이소체 치매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도 뚜렷한 치료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Photo by Scott Barbour/Getty Images) 2015.10.20 ⓒ게티이미지/멀티비츠 photo@focus.kr.

인류의 위대한 발견은 우연히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닐로티닙'이라는 이름의 약품 역시 그 중 하나다.

 

당초 백혈병 치료제로 의약계의 승인을 받은 닐로티닙이 파킨슨병 치료에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치매, 루이소체 치매 등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도 뚜렷한 치료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인디펜던트 등 다수의 외신은 19일(현지시간) 닐로티닙의 효능을 재조명한 새로운 연구를 소개하며, 이번 발견이 파킨슨병이나 치매 치료 분야에 크게 기여할 거란 기대를 드러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조지타운대 메디컬센터 의료진은 파킨슨병이나 루이소체 치매를 앓고 있는 12명의 환자들에게 '백혈병 치료제'로 널리 알려진 닐로티닙을 6개월간 꾸준히 투약했다.그러자 연구에 참여한 12명 중 11명이 움직임과 정신 기능 등에서 눈에 띄게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나머지 한 명은 6개월간의 투약을 완료하지 못해 의미 있는 결과를 내지 못했다.

 

백혈병 치료제인 '닐로티닙'은 타이로신 키나아제 억제제라 불리는 생물학적 치료제의 한 종류다. 타이로신 키나아제는 화학적 전달자 역할을 하는 단백질로써, 암세포를 자극해 성장하게 만든다.따라서 백혈병 세포의 성장을 저지하려면 이 단백질을 막아야 한다. 닐로티닙은 암세포를 유발하는 'Bcr-Abl'이라는 효소에 결합해 타이로신 키나아제의 활동을 차단함으로써 항암 작용을 하게 된다. 암세포가 생존 및 증식하는데 필요한 전달체계를 가로 막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조지타운대 메디컬센터의 페르난도 파간은 닐로티닙을 투약한 환자들에게서 매우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환자들은 신체 활동과 일상적 인지 능력 모두에서 뚜렷하게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부축해주는 사람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됐으며, 아프기 전처럼 집중해서 책을 읽는 사람도 있었다. 치매로 인한 언어 장애가 회복돼 자유롭게 대화를 주고받기도 했다. 닐로티닙을 투약받기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변화다.

 

페르난도 파간은 "25년간의 파킨슨병 연구를 했지만 지금이 가장 신나는 순간"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공동 연구진 샤르벨 모사는 "독성 단백질이 뇌세포를 공격한다는 것과 닐로티닙이 암세포를 제거하는 것은 물론 뇌세포를 건강하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백혈병 약을 파킨슨병과 루이소체 치매 치료에 활용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한편 신문은 파킨슨병이나 치매를 겪고 있는 환자들과 가족들이 닐로티닙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만 아직은 더 많은 임상실험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지타운대 연구진 역시 플라시보 효과를 통제한 더 큰 연구에서 닐로티닙의 효능을 확인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만약 이 약이 임상시험을 통과해 파킨슨병 환자들의 뇌를 보호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다면, 치매 등 다른 질환도 치료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파킨슨병이나 폴리글루타민병 등 신경퇴행성질환 뿐 아니라 치매 치료 분야에도 커다란 한 획을 그을만한 발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문은 약의 효과가 입증 및 승인돼 널리 보급된다 하더라도 여전히 가격적인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덧붙였다. 닐로티닙은 28알에 1만 달러(약 1100만원)로 매우 비싼 편에 속한다. 현재 출시돼 있는 닐로티닙의 상품명은 '타시그나'로 노바티스사 제품이다.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전문의약품으로 반드시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구입할 수 있다.

 

유수진 기자 ussu@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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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10-20 17: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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