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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산부인과의사회 “20% 수준에 불과한 피임 실천율, 10년 전보다 절반 이상 퇴보”
  • 기사등록 2017-09-23 00: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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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보라매병원 비뇨기과 연구팀이 발표한 ‘2004~2014 한국 여성성생활’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첫 성경험 평균 나이는 빨라지고, 피임 실천은 20% 수준으로 10년 전 44%에 비해 상당히 퇴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첫 성 경험을 한 평균 나이는 2004년 21.9세에서 2014년 20.4세로 낮아진 반면, 2014년 기준 여성들이 주로 하는 피임법으로 질외사정(61.2%), 생리주기 조절(20%), 남성 콘돔 착용(11%), 피임약 복용(10.1%) 등으로 나타나 콘돔과 피임약 복용 등 실질적인 피임 실천은 21.1% 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10년 전인 2004년에는 질외사정(42.7%), 남성 콘돔 착용(35.2%), 생리주기 조절(26.7%), 피임약 복용(9.1%) 등으로 콘돔과 피임약 복용 비율이 44.3% 였으므로 10년 사이에 피임 실천율이 절반 이상 뚝 떨어진 셈이다.

이에 대해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이충훈 회장은 “같은 연구에서 20~30대 여성의 월 평균 성관계 횟수가 10년간 20대 여성은 평균 2.15회, 30대 여성은 평균 1.13회 감소한 것을 볼 때 결혼을 늦게 하는 만혼의 영향으로 성관계 횟수가 줄고 이에 따라 피임 방법 또한 퇴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결혼 후 자녀를 갖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임을 감안할 때 여성의 첫 경험이 20.4세로 빨라졌고 여성의 초혼 연령은 30.1세로 늦추어져 평균 10년 이상의 피임이 필요해졌다. 그런데도 콘돔 착용과 피임약 복용을 포함한 피임실천율이 20%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여성의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다”고 말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운영 중인 와이즈우먼의 피임생리이야기 사이트에 따르면 자연주기법의 피임성공률은 75%로 4회 중 1회 꼴로 실패할 우려가 있고 질외사정은 피임방법이라고 보기도 어려워 아예 소개하고 있지 않다.

이에 비해 콘돔 착용은 85% 이상의 피임성공률을 보이고 마이보라, 머시론처럼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경구 피임약은 정해진 용법대로 복용할 경우 99%의 피임성공률로 보다 확실한 피임 방법이며 피임약 복용을 멈추면 몇 달 내로 가임력이 회복된다.

이충훈 회장은 “저출산 극복이 국가적인 문제가 되면서 피임에 대해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만혼이 대세가 된 현실을 감안해 ‘피임을 계획임신의 출발점’으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인공임신중절을 할 경우 후유증으로 인한 난임 발생 가능성도 커져 나중에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수만큼의 건강한 자녀를 임신하고 출산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충훈 회장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정보홍수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피임상담에 올라오는 우리나라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의 피임상식은 아직도 19세기에 머물러 있다”며 “상대방과 나의 몸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건강한 성(性)인식을 바탕으로 한 실질적인 피임방법을 10대 때부터 제대로 배울 수 있게 제도를 정비해야 하며 어른들이 청소년들의 성교육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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