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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

법원이 식품위생법 위반 사건과 관련된 재판에서 양파와 마른고추는 '식품'이 아닌 '식품 원재료'라는 1심 판결을 뒤집고 유죄를 선고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부(한영환 부장판사)는 식품위생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전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간부 조모(48)씨와 송모(61)씨의 항소심 재판에서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유죄를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조씨와 송씨는 중국산 양파 1000톤의 일부가 냉해를 입어 짓무름이 발생하고 곰팡이가 피는 등 부패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알고서도 이를 인수해 480톤을 농협 공판장 등 업체에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또 2011년 9월 말과 10월 초 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규격에 맞지 않는 곰팡이, 흙먼지 등이 중국산 수입 마른고추에 묻어있는 것을 알면서도 업체에 판매한 혐의도 있다.

 

1심 재판부는 이들이 수입·판매·보관한 양파와 건고추는 식품위생법상 식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양파와 건고추의 경우 식재료는 되지만 그 자체로 음식이 될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1심 재판부는 "양파나 건고추는 음식물을 만드는 재료는 될지언정 그 자체가 음식물이 되는 것이 아니고 양파는 식품공전에도 식품원재료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류돼있는데 이도 마찬가지로 봐야 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식품공전은 식품이나 식품첨가물의 성분 규격과 가공·조리 등에 관한 기준을 고시한 것이다.다만 조씨는 마른고추를 수입하면서 수입함량 초과분에 대해 업체로부터 받아야 할 구상금을 제대로 산정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업무상 배임)로도 기소됐기에 법원은 이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1심 재판부가 양파와 건고추가 식품위생법상 식품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한 것은 잘못된 해석이라며 항소했다.

 

재판부는 항소심에서 "조리되지 않은 양파와 건고추는 식품위생법상 식품에 해당한다"며 원심을 깨고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재판부는 "직접 섭취하지 못한다고 해서 식품위생법상 식품의 개념에서 제외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이어 "양파와 같은 식품은 가공되지 않은 상태로 소비되고 있다"며 "식품위생법상 식품에는 자연식품이나 가공 및 조리된 식품이 모두 포함된다고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양파와 고추가 식품공전에 따라 식품 원재료로 해당돼 음식이 될 수 없다는 1심의 논리에 대해서도 반박했다.재판부는 "식품공전에서 식품원재료로 규정돼 있다고 해서 반드시 식품원재료로 섭취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안전성 및 건전성이 결여되지 않는 한 다른 방법으로 섭취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조씨는 이번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송씨는 벌금 700만원 등 형량을 받았다.

 

조종원 기자 choswat@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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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12-21 14: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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