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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국내 인공지능(AI)에 대한 인지도는 2016년 이세돌 바둑 9단과 구글의 ‘알파고(Alpha Go)’와의 세기적 대결에서 1승 4패의 충격적인 사건으로 AI에 대한 대중적 인식도가 높아졌다. AI는 이미 세상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 전 산업에 응용되면서 생산성과 인간 생활에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AI와 접목된 로봇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기능을 뛰어넘어 질병의 진단에서 미세한 의료수술까지 가능해졌다. 

로봇이라는 말은 1920년 체코의 극작가 차페크(Karel Capek)가 쓴 희곡 ‘로섬의 인조인간’에서 처음 사용됐다. 사람과 똑같이 일할 수 있지만 영혼과 감정이 없는 존재로 묘사됐다. 이후 로봇은 수많은 SF영화와 소설, 만화 주인공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꾸준히 발전해 왔다. 공장에서 조립과 부품 운반을 담당하는 한팔 로봇과 집을 돌아다니는 청소 로봇은 보편화됐고 배달과 서빙 로봇, 요리사 로봇도 등장했다. 로봇의 어원이 체코어의 노동을 의미하는 단어 ‘로보타(robota)’인 만큼, 로봇의 역할은 인간의 노동을 대신 수행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로봇은 용도에 따라 산업용 로봇, 서비스용 로봇, 특수목적용 로봇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산업용 로봇은 산업 현장에서 인간을 대신하여 제품의 조립이나 검사 등을 담당하는 로봇이다. 서비스용 로봇은 청소, 환자보조, 장난감, 교육실습 등과 같이 인간 생활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이다. 특수목적용 로봇은 전쟁에서 사용되거나 우주, 심해, 원자로 등에서 극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이다.

로봇은 조작방법에 따라, 인간이 직접 조작하는 수동조작형 로봇(manual manipulator), 미리 설정된 순서에 따라 행동하는 시퀀스 로봇(sequence robot), 인간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는 플레이백 로봇(playback robot), 프로그램을 수시로 변경할 수 있는 수치제어 로봇(numerically controlled robot), 학습능력과 판단력을 지니고 있는 지능형 로봇(intelligent robot)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제 로봇이 수술실의 ‘수퍼 외과의사’로 등장했다. 의료 로봇은 크게 수술 로봇과 재활 로봇으로 구분된다. 초소형 크기 로봇으로 정밀한 무선 제어가 가능한 ‘마이크로로봇’은 초미의 관심사이다. 마이크로로봇은 약물, 세포, 단백질 등을 특정 부위에 정확히 전달하는 표적 치료사용이 가능해져 항암 치료에 마이크로로봇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항암 치료 약물은 몸 전체에 퍼지기 때문에 부작용도 심하지만 마이크로로봇을 사용하면 원하는 양의 약물을 원하는 위치에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로봇과 인공지능(AI)이 이끄는 의료 혁명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수술 로봇 ‘다빈치’에 이어 인공지능(AI) 의사 ‘왓슨’이 등장했다. 원래 수술 로봇은 ‘다빈치’로 유명한 ‘인튜이티브서지컬’의 독무대였다. 이 회사는 1999년 첫 수술 로봇을 출시한 뒤 20년 넘게 세계 의료시장을 장악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저렴하면서도 똑똑한 수술 로봇으로 다빈치의 아성에 도전하는 회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영국 ‘CMR서지컬’의 ‘베르시우스’이다. 환자의 몸에 열쇠구멍(Keyhole)처럼 아주 작은 구멍을 낸 뒤 세 개의 팔을 이용해 어려운 수술을 수행해 낸다. 60분 이상 걸리던 수술도 30분으로 단축된다. 베르시우스의 기능에 감탄한 투자자들은 작년에만 2억4000만달러(약 2610억원)를 투자했다. 

 의료 AI의 발전으로 의사의 진단과 판독을 돕는 의료 AI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의료 AI로는 미국 IBM이 개발한 ‘왓슨’이 유명하다. 개발 당시 290종의 의학 저널, 200종의 교과서, 1200만장 이상 전문 자료를 학습시켰다. 이러한 풍부한 의학지식을 기반으로 의사 진단을 돕는 의료 AI 기능이 가능해졌다. 왓슨은 7초 안에 치료법에 대한 의견을 강력 추천, 추천, 비추천 등으로 나눠 제시하며, 왓슨은 매주 수만 편씩 쏟아지는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논문을 지속적으로 학습하여 의사가 놓칠 수 있는 부분을 보완해 준다. 환자가 촬영한 영상 판독을 돕는 의료 AI로 여러 영상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의사의 판독 소요시간이 단축된다. 최종 판독은 의사가 하지만, AI 도움으로 판독작업 시간이 감소된다.

의료 AI는 진단과 판독 지원을 넘어 질환을 예측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나이, 성별, 질병 이력 등 임상 데이터를 토대로 고혈압, 암 등 질환 발병 가능성을 분석해 준다. 국내에선 의료 AI 솔루션 기업 뷰노가 AI를 기반으로 한 패혈증 조기 예측 알고리즘을 선보였다. 이 알고리즘은 패혈증 발생을 최대 12시간 전부터 높은 정확도로 예측이 가능하다. 

의료 AI로 만성 질환도 관리가 가능 해 진다. 당뇨병 환자를 위해 인슐린을 자동으로 주입해주는 AI 기반 인공췌장 기술의 개발로 식사 정보 없이 만성 질환 관리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난다. AI 알고리즘을 사용하면 제1형 당뇨병 환자가 하루 평균 89.56%의 정상 혈당 범위를 유지시켜준다.

 로봇이 모든 것을 다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은 의사가 하고, 로봇은 의사를 보조한다는 개념이다. 의사는 수술 로봇에 달린 카메라가 보여주는 수술 부위의 영상을 보며 로봇에 달린 수술 도구를 조종하면서 수술을 한다. 즉 의사는 영상을 보며 비디오 게임하듯이 로봇을 조종하는 것이다. 수술 로봇의 중요한 강점으로는 수술 부위를 최소화하고, 의사가 수술 부위의 정확하고 확대된 영상을 볼 수 있고, 로봇에 장착된 수술 도구를 조종하여 수술을 정밀하게 할 수 있고, 따라서 수술 시 유혈을 줄이고, 입원 기간과 회복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의료 로봇으로 수술 시간 절반 줄이고, 원격 수술도 가능해졌다. 영국의 수술용 로봇 회사 CMR서지컬이 개발한 베르시우스는 끝에 바늘 같은 장치를 단 세 개의 팔을 갖고 있다. 각 팔에는 카메라가 달려 있어 수술 부위를 3차원으로 재구성해 보여주고, 절개나 봉합도 해낸다. 아주 조그마한 구멍으로 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에 후유증과 부작용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영국의 CMR서지컬은 수술 로봇 ‘베르시우스’ 덕분에 지난해에만 2억4000만달러(약 261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회사 가치는 최소 10억달러 이상으로 평가된다. 

코인더스 버추얼 로보틱스가 개발한 코패스 시스템은 혈관 수술 로봇과 5G 통신, 와이파이 등을 이용해 원격 수술이 가능하도록 해준다. 의사가 옆에 없어도 긴급한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 회사는 4600㎞ 떨어진 미국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에서 심혈관 확장 원격 수술을 수십 차례 진행하면서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존슨앤드존슨,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도 수술 로봇 업체를 인수하거나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국에서도 고영, 미래컴퍼니 등이 수술용 로봇을 출시했다. AI의 후발 주자인 한국도 의료 진단 분야에서는 세계적 수준의 스타트업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 X선·MRI·CT 등의 영상을 분석해 질병을 찾아내는 스타트업 루닛의 폐암·유방암 진단 정확도는 97~99%에 이른다. 이미 서울대병원, 아산병원 등이 도입했다. 

AI는 신약 개발에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미 신약 후보 물질 발굴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기존에는 실험을 통해 후보 물질을 일일이 테스트했지만, 이제는 기존에 쌓인 빅데이터를 분석해 최대의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자구조까지 AI가 만들어낸다. 

의료 AI에 대한 전문가들의 기대치는 단연 정밀의료 분야이다. 정밀의료는 개인의 선천적·후천적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의료·헬스데이터로 건강 상태를 판단, 예측하는 기술이다. 예방에서 진단, 치료까지 건강 관련 전과정에 대한 서비스를 개인에 맞춰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므로 미래 의료에 지표가 될 것이다.

AI의 기술이 발전하면 희귀병분야 등 차별화된 의료 신기술이 빠른 속도로 개발될 것이다.  이러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정확도는 높이면서 진단하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은 현저히 줄일 수 있으며, 개인에 최적화된 맞춤형 케어를 받을 수 있어 인공지능을 활용한 의료 및 헬스케어 적용 가치는 점점 증대되고 있다.

유엔미래보고서에서는 30년 내에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는 세계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소프트웨어 역량과 데이터 축적 면에서 상당한 격차가 있으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전문가 및 산업현장에서의 인재가 부족한 상황이며, 최신 인공지능 제품개발 및 서비스 창출을 위한 연구에 속도와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기업, 연구분야 차원의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중·장기 관점에서 소프트웨어 역량과 양질의 데이터 확보, 관련 법·제도 정비, R&D 투자 확대를 통해 인공지능 스타트업을 다수 배출해 내어야 할 것이다. 인간 삶의 기본적 가치는 건강이다. 오래 살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의료 로봇·AI가 이끄는 의료 혁명에 거는 기대가 높은 이유다. 



최충웅 언론학 박사




[필자 주요약력]


(현)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출연

(전)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방송통신연구원 부원장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원장

    KBS 예능국장, TV제작국장, 총국장, 정책실장, 편성실장

    중앙일보·동양방송(TBC) TV제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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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5-09 0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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