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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8차사건 재심, 피해자 윤 씨 담당형사 뒤늦게 사과
  • 기사등록 2020-08-12 23:10:16
  • 기사수정 2020-08-13 02:2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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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을 담당했던 당시 형사가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재심을 청구한 윤 모(53) 씨에게 사과했다.

형사는 31년 전, 윤 씨를 불법 체포한 뒤 사흘간 잠을 재우지 않고 조사했고 윤 씨의 진술을 듣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의 수사보고 등을 토대로 사실관계와는 동떨어진 내용의 조서를 작성한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11일, 수원지법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사건 재심 4차 공판에서 이춘재 8차 사건 담당 형사였던 심 모 씨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싶다"면서 "윤 씨에게 죄송하다. 저로 인해서 이렇게 된 점에 대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심 씨는 3시간 30분가량 이어진 증인신문 말미에 피고인석으로 몸을 돌려 윤 씨를 향해 사과의 뜻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1989년 7월, 심 씨가 용의 선상에 오른 윤 씨를 임의동행 형식으로 경찰서로 데려와 사흘간 잠을 재우지 않고 조사한 끝에 자백을 받아 구속시킨 지 31년 만의 사과이다.


윤 씨 변호인 박준영 변호사는 "윤 씨는 소아마비 장애로 인해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면서 "이 때문에 현장검증 당시 담을 넘어 피해자의 집으로 침입하는 등의 중요 행위를 재연하지 못했는데, 심 씨를 포함한 수사관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윤 씨의 자술서를 보면 맞춤법도 틀리고 문장도 맞지 않는다"며 "심 씨는 이처럼 한글 능력이 떨어지는 윤 씨에게 조서를 보여주고 서명 날인을 받았다고 하는데, 도대체 이런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이에 심 씨는 "당시에는 과학적 증거(현장 체모에 대한 방사성동위원소 감정 결과)가 있어서 윤 씨를 범인이라고 100% 확신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백을 받기 위해 잠을 재우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같은 조였던 최 모 형사(사망)가 사건 송치 후에야 '조사 당시 윤 씨를 때렸다'고 말했었는데, 큰 사건을 해결했다는 공명심을 바라고 그랬던 거 같다"고 책임을 사망한 최 씨에게 돌리는 모습도 보였다.


이번 사건의 논란에 핵심으로 기대되고 있는 현장 체모 2점에 대한 감정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검찰은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통보받은 감정 결과를 이날 재판부에 증거로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아직 법원에 공식적으로 감정 결과가 도달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다음 기일에 결과를 공개하기로 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24일 열리는데 이 공판에서는 당시 형사계장 등 경찰관 2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박 양이 성폭행당한 뒤 살해당한 사건을 말한다.


다음해 7월, 범인으로 검거된 윤 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상소하면서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2심.3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 씨는 이춘재의 8차 사건 범행 자백 이후인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지난 1월 이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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