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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폐설존(齒弊舌存)이란 말이 있습니다. ‘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긴다.’는 뜻이지요. 이 말은 BC 6세기경에 활동한 중국 제자백가(諸子百家) 가운데 하나인 도가(道家)의 창시자 노자(老子)가 한 말입니다. 성(姓)은 이(李), 이름은 이(耳), 자는 백양(伯陽), 또는 담(聃). 노군(老君) 혹은 태상노군(太上老君)으로 신성화되어 있습니다. 

  

노자는 그 역사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신원이 자세하게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의 생애에 대한 주된 정보원은 사마천(司馬遷 : BC145∼BC86)이 쓴 〈사기(史記)〉의 <노자전(老子傳)>입니다. 그러나 BC 100년경에 〈사기〉를 저술한 이 역사가도 노자에 대한 확실한 정보는 제공하지 못했습니다. 

  

〈사기〉에 따르면, 노자는 초(楚)나라 고현(古縣) 여향(術鄕) 곡인리(曲仁里:지금의 허난 성[河南省] 루이 현[鹿邑縣] 사람으로 주(周:BC 1111경~255) 수장실(守藏室)의 사관(史官)이었다고 합니다. 사관은 고대 중국에서는 천문(天文)·점성(占星)·성전(聖典)을 전담하는 학자였습니다. 

  

사마천은 노자의 벼슬에 대해 언급하고 난 뒤, 늙은 노자와 젊은 공자(孔子:BC 551~479)와의 유명한 만남에 대해 말했습니다. 노자와 공자가 만났을 때 노자는 공자의 오만과 야망을 질책했고, 공자는 그로부터 깊은 감명을 받아 그를 구름과 바람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용에 비유했다고 하네요.

  

도가 철학의 시조인 노자가 눈이 많이 내린 아침 숲을 거닐고 있었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들리는 요란한 소리에 노자는 깜짝 놀랐습니다. 노자는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굵고 튼튼한 가지들이 처음에는 눈의 무게를 구부러짐이 없이 지탱하고 있었지만 점차 무거워지는 눈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러져버린 것입니다. 

  

반면 이보다 가늘고 작은 가지들은 눈이 쌓임에 따라 자연스레 휘어져 눈을 아래로 떨어뜨린 후에 다시 원래대로 튀어 올라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본 노자는 깊이 깨달았습니다. 

  

“저 나뭇가지처럼 형태를 구부러뜨림으로써 변화하는 것이 버티고 저항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이치로구나!” 이렇게 부드러움은 단단함을 이깁니다. 부드러운 것은 자신을 낮추는 것을 의미합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듯 자신을 낮춰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고 좋은 것을 취하는 사람이야말로 세상을 이기는 지혜로운 사람일 것입니다.

  

‘노자’가 평소에 공경하여 따르던 ‘상용(商容)’이 노환으로 자리를 보전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노자가 그를 찾아가 마지막 가르침을 청했습니다. 그러자, 상용은 갑자기 입을 쩍 벌렸지요. 그리고 나서 물었습니다.

  

“내 이가 아직 있는가?” “없습니다.” 그는 다시 입을 벌렸다가 다물 며 물었습니다. “내 혀는 남아 있는가?” “있습니다.” 잠시 침묵하던 상용이 말했습니다. “내 말을 이해하겠는가?” “단단한 게 먼저 없어지고 부드러운 게 남는다는 말씀 아니었습니까?” 상용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네 천하의 이치가 모두 그 안에 있다네.”

  

이것 바로 ‘치폐설존’ 이라는 고사성어의 유래입니다. 즉, ‘주먹보다 부드러움으로 사람을 대하면 돈독한 정으로 돌아온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저는 그 뜻을 몰랐습니다. 저의 성격이 워낙 불같아서인지 저는 ‘부러질지언정 휘어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런 사람을 누가 좋아했겠습니까? 그러니 자연 사람들의 외면을 받고 하는 일 마다 되는 일이 없었습니다. 

  

이 얼마나 불쌍한 중생인가요? 그래도 전생에 지은 바가 조금 있었던지 어찌 다행 《일원대도(一圓大道)》의 기연(奇緣)을 만나 도가 무엇인지, 부드러움이 억셈을 이기고 약함이 강함을 이긴다는 진리를 알아 이제는 어느 정도 휘어질줄도 알고 부드러움과 너그러운 인간으로 조금씩 바뀌어가는 것 같습니다. 

  

정산(鼎山) 종사께서는 「잘 참기가 어렵나니, 참고 또 참으면 영단(靈丹)이 모이고, 꾸준히 하기가 어렵나니, 하고 또 하면 심력(心力)이 쌓이어 매사에 자재함을 얻느니라.」 하셨습니다. 깊은 수양으로 얻어진 신령스러운 마음의 힘이 바로 영단입니다. 영단은 심단(心丹)과 같은 말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오래오래 수양의 공을 쌓아서 영단을 얻으면 심신의 자유를 얻고 삼계의 대권을 잡아 육도 윤회를 초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말 한 마디에 죄와 복이 왕래합니다. 그러므로 한 마디 말이라도 함부로 하면 안 됩니다. 

  

우리 언제나 마음을 너그럽고 부드럽게 쓰면서 덕을 베푸는 것입니다. 그러면 많은 분들의 도움뿐만이 아니라 미물곤충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인생의 성공과 행복한 생애를 보낼 수 있지 않을 런지요!

  

단기 4353년, 불기 2564년, 서기 2020년, 원기 105년 8월 13일

덕 산 김 덕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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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8-12 22:5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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