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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이 ‘현대판 고려장’이란 말이 나온지가 이미 어제 오늘이 아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요양원 요양병원이 우후죽순처럼 7년 새 4배로 늘어났다. 요양원이 돈벌이 사업수단이 된 것이다. 전국의 민간 요양원은 3300개에 이른다. 세계에서 제일 많다고 한다. 민간 요양원은 허가가 아니고 신고만 하면 영업을 할 수 있고 노인들을 미끼로 정부와 환자 가족들로 부터 돈을 뜯어내는 장사를 한 것이다.


그 배경에는 민간시설에 정부에서 운영비가 지원되기 때문이다. 민간 요양원은 운영비의 80%를 노인 장기 요양보험에서 수가로 받고, 환자 보호자가 나머지 20%를 부담한다. 요양원 원장들 사이에서는 “요양원 3년 하면 빚을 다 갚는다”는 말까지 나도는 형국이다.


경기도의 한 요양원장은 정부 지원금으로 고급 외제 승용차를 몰고 차량 이용 대금은 요양원 운영비로 충당했다. 또 골프장을 드나들며 해외 여행비 등으로 요양원 운영비 7천7백여만 원을 유용하다 지자체 감사에 적발됐다. 


또 다른 요양원장은 성형외과 진료비와 유흥비, 손자 장난감 구입비를 요양원 운영비로 썼다고 한다. 간호사가 없는데도 있다고 속여 24개월이나 간호사 월급을 빼먹은 요양병원, 의사인 며느리를 상근 의사라고 속여 수억 원을 빼돌린 사례, 국민의 혈세가 마구 줄줄 새나간 것이다.


이 중에도 설립 이념이 확실하고 진정한 뜻으로 운영하는 모범 업체들에게는 이런 비리 악덕 원장들로 인해 노인들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취지와 목적에 먹칠을 한 꼴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전국 1000개 민간 시설을 조사한 결과 94%에서 부당행위가 적발됐다고 한다. 이처럼 전국 3300여개의 요양원에 연간 2조 2천억 원가량의 보조금을 지급하지만, 공단은 회계보고는 물론이고 정기적인 감사조차 실시하지 않았다.


전국 3623개 노인시설 중 절반(42.2%)은 최하등급인 D·E등급이다. 문제는 이렇게 국민의 혈세를 빼먹으니 요양원 시설이나 어르신들의 요양복지는 그만큼 열악해지기 마련이다. 이런 비위 실태는 전국요양서비스노조의 고발로 알려졌지만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세 끼 밥은 나오는데 식반에 담긴 밥은 어린아이 주먹만 하고 반찬이래야 늘 나오는 미역국 아니면 시래기 국, 두부 찜 이갠 것 조금, 시어터진 김치 몇 조각이다. 특식으로 나오는 햄, 소시지, 소고기는 유통기한이 지난 것을 쓴다고 한다. 다시마 콩나물도 마찬가지였다. 원장님은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은 사료로 쓴다고 하면서 도매상에서 가져 온다고 했다. 


시설 낙후에 노인학대로 현대판 고려장으로 둔갑되어 치매 등 환자가 불만을 표출하거나 마음대로 움직이면 손목을 침대에 묶어 두거나 잠자는 수면제 처방을 한다고 한다. 실제 2014년 5월, 2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 역시 치매환자의 손발을 묶어 대다수가 침대에 묶인 채 질식해 숨졌다.


전체 94%의 요양원이 부당청구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민간 요양원의 재무 회계 시스템은 2018년 7월부터야 도입이 되었기 때문에 지난 10년 동안 얼마나 민간 요양원 비리가 심각했을지 상상이 되고도 남는다. 


요양원 비리 사태가 한동안 논란이 일은 유치원 비리 보다 훨씬 충격적인 것은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유치원의 경우 교사 한 명이 받는 국가 보조금이 59만원인데, 요양원은 입원을 하는 어르신 한 명당 130만원이다. 


요양병원은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의 적용을 받고, 요양원은 노인복지법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적용받는다. 따라서 요양병원은 치료가 필요한 어르신 입원이 가능하지만, 요양원에는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65세 이상 어르신만 입소가 가능하다.


또 차이점은 요양병원은 간병비를 본인이 전액 부담해야 하는 반면, 요양원은 정부에서 100% 지원을 해 준다.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요양병원을, 치료보다는 지속적인 돌봄을 받아야 한다면 요양원을 선택하게 된다.


정부는 지난 2008년 노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국가 효도 상품’으로 노인 장기 요양 보험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서 ‘요양원이 일명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질되고 요양원 사업에 뛰어든 민영 사업채가 늘게 된 것이다.


현재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어 설립이나 운영기준이 허술한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장기요양법에 따라 일정 시설과 인력만 갖추고 지자체에 신고만 하면 누구든 요양시설을 운영할 수 있다. 현재 신고제로 운영되는 요양보호시설을 허가제로 바꿔 진입단계부터 엄격한 기준이 부여돼야 한다. 이와 관련된 법안이 2016년에 발의됐지만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상태이다.


나라에 세금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세금 도둑이 많은 것이 아닌지. 국민의 피땀으로 낸 세금 복지예산이 줄줄 새는 곳이 비록  민간 요양원만은 아닐 것이다. 관련 당국은 복지전달 체계를 근본적으로 혁신해서 혈세의 낭비요인을 철저히 차단하고, 면밀한 관리·감독과 함께 비위 관련자를 엄벌해야 한다.


노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진정한 취지가 실현되고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법제도부터 조속히 정비돼야 마땅하다. 한국의 현대판 고려장인 요양원이 삭막하기 그지없는 죽음의 대합실이라는 오명에서 하루속히 벗어나야 한다.


                                                                                                  최충웅 언론학 박사


[필자 주요약력]


(현)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출연
(전)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 심의 위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KBS 예능국장, 총국장, 정책실장. 편성실장
     중앙일보·동양방송(TBC) TV제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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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7-10 16: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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