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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이 오는 길목 3월에 연일 미세먼지가 덮치고 있다. 꽃동산 봄나들이는 먼 나라 얘기다. 이번 3월 초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수도권과 충청 일부 지역은 일주일 연속 발령이 내려졌다. 이는 전례 없는 일이다. 국민들은 숨쉬기가 고통스러워 고통은 짜증에서 분노로 바뀌고 있다.

이어지는 미세먼지 공습에 일반 시민들은 "먹고 살기도 고달픈데 숨쉬기까지 힘드니, 저감 조치 아무리 하면 무슨 소용있나, 숨 좀 쉬고 살자“라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 미세먼지 주의보를 무려 85차례 발령했다. 지난해 41차례의 2배 수준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미 서울을 세계에서 가장 공기오염이 심각한 3대 도시 중 하나로 꼽았다. 나머지 두 도시는 중국의 베이징과 인도의 뉴델리다.

파이낸셜타임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의 공기오염이 지속될 경우 2060년까지 900만명의 한국인이 공기오염으로 인한 조기사망에 이를 것"이라 분석하며 "이는 선진국 중 가장 심각한 수치"라고 덧붙였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5일 오전 11시 현재 서울의 초미세먼지 수치가 150㎍/㎥을 기록하면서 '매우 나쁨'(76㎍/㎥ 이상)을 보였다. 서울의 초미세먼지 수치는 '매우 나쁨'의 2배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했다. 서울 초미세먼지 178㎍/㎥  전북 237㎍/㎥까지 치솟아  13개 시·도 최고 농도 경신을 보였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연간 700만 명이 대기오염으로 사망한다. 그 중 430만 명은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으로 파악된다. 더욱이 미세먼지가 담배보다 해롭다는 내용의 논문들도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최근 유엔은 대기오염으로 인한 전체 조기 사망자 중 65%가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에 거주한다며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글로벌 대기오염 조사기관인 에어비주얼이 최근 공개한 국가별 초미세먼지 오염도 순위에 따르면 상위 10개 국 중 5개 국가가 아시아 대륙에 속했다.

세계보건기구는 매년 흡연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는 600만 명인데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사망자는 이보다 많은 700만 명으로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 국제암연구소(IARC)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다. 폐렴·폐암은 물론 심근경색·부정맥·뇌졸중·치매 증상까지 유발한다고 한다.

2013년 8월 덴마크 암학회 연구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10㎍/㎥ 상승할 때마다 폐암 발생 위험이 22% 증가했고, 초미세먼지 농도가 5㎍/㎥ 늘어날 때마다 폐암 발생 위험은 18% 높아졌다. 가히 미세먼지는 소리 없이 파고드는 침묵의 살인자인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만성폐쇄성폐질환으로 인한 입원율이 2.7%, 사망률은 1.1%가 증가한다고 보고했다.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공식화하고, 공론화한 세계보건기구는 2013년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2060년 국내에서 100만명당 1천109명이 미세먼지와 오존 때문에 조기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세먼지가 인체에 오래 축적되면 호흡기뿐 아니라 뇌와 심장, 중추신경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의학계의 정설이다. 특히 미세먼지보다 오염원 입자 크기가 작은 초미세먼지는 체내에 유입될 경우 코 점막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포(허파꽈리)까지 침투해 혈관을 타고 혈심장과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매우위험하다는 것이 보건의학계의 지적이다.

지금 세계는 공기오염과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피해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공기오염은 심각한 상황이다. 공기오염 물질이 사람의 허파 등 호흡기관 깊숙이 머무르면서 호흡기, 혹은 심혈관 질환을 유발한다는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다. 

미세먼지 등 대기 중 공기오염으로 인한 질병들은 사람이 조기 사망하게 되는 원인 중 90% 이상을 차지하는 심각한 질병들이다. 연구팀은 이런 질병들이 인간의 환경에 대한 무관심과 과욕에서 발생하는 하나의 인재(人災)이며 특히 공기오염 때문이라고 규명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국 대기오염 경고에 당국에서는 ‘건강영향평가 체계’를 도입하겠다고 나섰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이런 내용의 2019년 업무추진계획을 3월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보고했다. 미세먼지가 인체에 어떤 피해를 입히는지에 대한 평가 체계가 본격 도입된다. 두 기관은 작년 10월 시작한 미세먼지 건강영향평가 시범사업을 오는 9월 마무리하고 2020~2024년 제1기 평가를 시행한다고 한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미세먼지가 사망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목적”이라고 했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가시적인 연구결과를 기대해본다.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외교로 상호 미세먼지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협력 강화가 시급하다. 미세먼지 조기경보체계 공동구축 방안에 대해서도 외교적 노력이 요구된다. 

미세먼지 발생의 여러 가지 요소 중에는 석탄을 이용하는 화력발전소도 큰 몫을 차지한다. 더구나 탈원전 이전엔 한전의 경영 상태는 탄탄했으나, 탈원전 이후 적자경영이 심각하며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데 어려운 민생의 가계부에 주름살이 더 깊어질 것이니 걱정이 앞선다. 당장 석탄 발전을 줄이고 탈원전 정책의 재검토 수정이 불가피 하다. 국민들의 여론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침묵의 살인자로 지목받는 미세먼지는 바로 재앙이다. 인간이 불러온 재해재난이다. 미세먼지 공포는 국민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정부의 대책이 시급하다.

 

[필자 주요약력]

(현)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출연

(전)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 심의 위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KBS 예능국장, 총국장, 정책실장, 편성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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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3-26 14:3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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