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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은 소리 없는 사회적 재난이다. 지난여름 폭염은 바로 전쟁이었다. 기상관측 111년 역사상 최고 높은 기록이다. 지난 5월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500여개 응급실로부터 보고된 온열질환자는 4515,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만 48명으로 집계됐다. 연평균 폭염 사망자 수의 4.5배에 달한다.

 

주민등록인구통계로 지난 7~8월 사망신고수가 7월에 3188, 8월에 3872명 증가로 예년 대비 7000여명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는 사망 원인 기록이 없어 폭염이 사망자 수를 늘렸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살인적 폭염의 직·간접 영향력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폭염이 기존 환자들의 병세를 더 악화시켜 사망자를 늘린다고 분석하고 있다. 심장질환, 당뇨병, 호흡기질환 등을 앓고 있는 70~80대가 주로 피해를 입게 된다. 올 여름 폭염이 재난이라는 것은 인명 피해 수치에서 바로 입증된다.

 

불지옥고통은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3,000여 농가에서 가축 570여만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고, 농작물 피해는 3,000여 헥타르에 달한다.

 

폭염에 희생당한 이들의 대다수가 고령 질환자, 독거노인, 일용직 건설 노동자, 이주 노동자, 농민, 노숙자 등이었다. 결과적으로 에너지 빈곤층이 대다수였다. 에너지 빈곤층이란 냉난방 등에 필요한 에너지 지출비용이 가구 소득의 10%가 넘는 저소득 가구를 말한다. 대다수 국민기초생활 수급자나 사회경제적 약자 계층의 사람들이다. 에너지 빈곤층은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거의 10%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1995년 살인적인 폭염이 시카고를 덮쳐 무려 700명의 시민이 사망했다. 당시 희생자들의 사회경제적 환경을 면밀히 조사한 결과 빈곤 정도, 인종, 나이 등이 사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회적 고립, 가난한 홀몸 노인, 폭염에도 집을 떠나지 않은 사람,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 빈곤층 사회적 약자, 소외계층들이 피해자의 대다수라는 점이 드러났다.

 

지구상에 닥치는 대다수 재난 피해는 요란한 태풍과 홍수나 폭설이었다. 그러나 폭염은 태풍이나 홍수처럼 가로수가 뽑히고 차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스펙터클하게 덮치지 않고 소리나 형체 없이 조용히 찾아와 생명을 뺏아가기에 위협감을 덜 느끼게 되고, 희생자 대부분은 눈에 잘 띄지 않는 노인, 빈곤층, 고립된 사람 등 대개 사회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지난날 지구상에 덮친 가장 치명적인 형태의 기상 이변은 폭염이다. 21세기 동안 폭염으로 2003년 유럽 전역에서 7만 명이 사망했고, 2010년 러시아에선 5만여 명이 사망했다.

 

문제는 이번 지긋지긋한 폭염도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 따르면 2050년 폭염일수가 현재의 3~5배 증가하며, 기상청도 2050까지 한반도 평균 기온이 3.2도 상승하며 폭염일수도 3배 증가한다고 한다.

 

세계적인 폭염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호주 모나쉬대학교 연구팀 예측도 나왔다. 온실가스 배출량, 준비 및 적응 전략, 인구밀도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시나리오 상황에서 미래의 폭염과 관련된 사망률을 예측했다. 그 결과 208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폭염에 의한 사망자수가 수천 명, 온열질환자 수도 수만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여기에 서울·부산·대구 등 국내 주요 7개 도시도 포함됐다고 한다.

 

우리 인류는 환경오염에 너무나 둔감한 나머지 이를 방조해 왔다. 유명 과학자들이 경고한 생태계 지원 시스템을 위협하고 인간사회 생존에 위협할이산화탄소 수준 350ppm보다 더 높은 397ppm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2050년쯤엔 500ppm에 이르러 지표면의 온도가 섭씨 2도 이상 오른다는 것이다.

 

우리 인간이 자연현상 자체를 막아내기는 어렵다 그러나 재난으로 확산되는 피해는 막거나 줄일 수 있다. 지난 여름의 경우 8월 들어서야 폭염대책본부가 구성된 탓에 무더위 쉼터 운영이나 공사장 낮 시간 작업 중지 등 대책들이 뒤늦게 실행돼 아쉬움을 남겼다. 시민사회가 서로 보살피지 못하는 공동체 부재의 문제도 자리하고 있다.

 

폭염이 들이닥치면 지역 공공장소 곳곳에 에어컨을 가동하는 쿨링센터를 설치해서 독거노인, 사회적 소외계층 등 에너지 빈곤층을 수용하도록 대책을 세워야한다. 혼자사는 노인들에게 꾸준히 주위의 이웃들과 연락을 취하는 공동체문화로 생동하는 사회, 사회적 연대, 공동체를 형성해야 한다. 이와 함께 폭염 대책의 핵심인 전기료 감면도 여론에 따라 임시로 결정할게 아니라 아예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

지긋지긋했던 올여름 폭염은 자연의 문제가 곧 인간과 사회의 문제임을 새삼 일깨워준다. 폭염도 지진이나 풍수해 등과 함께 자연재난에 포함해 국가 차원에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 폭염을 자연 재난의 문제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결국 사회적 문제로 대응해야 한다.

 

 

[필자 주요약력] 

()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출연

 

()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 (교양, 연예오락) 심의 위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KBS 예능국장, 정책실장, 총국장, 편성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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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9-27 00:2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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